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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눔]- 이 구절 함께 읽어요 <최선을 다한 화살이 닿는 곳>

작성자 :
정선희 ㅣ 홍보분과
등록일 :
2013-04-25 17:19
조회수 :
1,385

[문화나눔]

최선을 다한 화살이 닿은 곳

                                                                                     정선희 ㅣ 홍보분과 

 흔히‘결과보다는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결과에 닿지 못한 과정은 부끄러움이 되기도 하고 괜히 시 작했다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조경란의 새 소설집 <일요일의 철학>에 수록된 이 작품을 읽던 중‘꼭 가운데가 아니라도 살을 쏘아 닿는 곳이면 어디나 명중일지모른다는의외의확신’이라는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4년에 한 번 올림픽 때는 꼭 양궁경기를 기다렸다가 보게 된다. 늘 금메달 후보인 국가대표선수들의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커다란 활을 들어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 활이 파르르륵 꼬리를 떨며 공기를 가르고 날아 가는 장면, 그리고는 마침내 과녁에‘쿡!’하는 소리와 함께 꽂히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물론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화살이 빨간 정중앙의 10점짜리 원에 꽂히는 것이다. 모든 기예가 그렇지만 그 머나먼 거리에서 화살을 날려 그 작은 공간을 맞춘 다는 것은 미스테리이다. 지인 중 하나가 결국 그 미스테리에 도전해 궁도를 배워봤는데 중앙을 맞추 기는커녕 코앞인 5m앞에서 네모난 과녁 안에 화살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며 과녁에 들어간 화살은 모두 성공이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양궁 에서는 10점짜리 빨간 원에 꽂힌‘화살의 결과’만 기억할지 모른다. 그 누가 스스로의 속도를 이기지 못해 꼬리를 어지러이 흔들어대며 최선을 다해 날아 가는‘화살의 과정’을 알아줄까? 문득 시위를 떠나 공중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을 상상해 본다. 비록 정중앙의 10점짜리 과녁에 꽂힐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화살은 자신이 꽂힐 곳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분명 최고의 속도로 팽팽한 긴장 가운데 날 았을 것이다. 8점 6점에 꽂힌 화살이라고 해서 중간에 쉬었다 가거나 구불구불 날았으랴.

소설의 이 구절 덕분에 이제 양궁을 보는 재미와 함께 살아가는 재미도 하나 늘은 듯하다. 최선을 다한 화살이라면 어느 곳에 꽂히던 그 지점을 중앙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기에.

일요일의 철학 | 조경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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