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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진짜가 아닌 고통과 두려움

작성자 :
정선희
등록일 :
2015-04-20 09:23
조회수 :
1,258

문화칼럼

진짜가 아닌 고통과 두려움

<티벳 사자의 서>를 읽고

 

 

정선희 (홍보분과장)

 

 얼마 전,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에 갔다가 산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 텐트도 없이 간단하게 침낭에 매트리스가 장비의 전부였으니 그야말로 하늘을 지붕 삼은 셈이었다. 산속에서의 하룻밤은 흔히 떠올리는 낭만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그곳은 문명의 장소가 아닌 야생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숲 속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시시각각 들려오고 그 짐승이 나를 덮치는 공포가 끝없이 밀려온다. 특히 이번에는 생전 들어본 적 없는 큰 짐승의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울렸다. 대체 정체가 뭘까? 들개, 멧돼지, 곰 등등에서부터 있을 리 없는 호랑이 혹은 외계괴물까지 온갖 것을 떠올리며 밤새 오들오들 떨었다.

 <티벳 사자의 서>를 읽으면 우리가 죽었을 때도 그런 정체 모를 괴물의 추격을 받으며 49일간 공포와 괴로움에 헤매다가 환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긴, 공포의 하룻밤만으로도 녹초가 되었으니, 49일이나 시달린다면 아무 자궁으로나 피신하고 싶은 게 당연할 것 같다. 근데 중요한 것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괴물이 실제가 아니라 우리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업에 의한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 <티벳 사자의 서>가 말하는 핵심이다. 죽은 이에게 이것을 알려주기 위해, 즉 진짜가 아닌 고통과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환생을 하지 말라고 끝없이 읽어주는 경문이 바로 <티벳 사자의 서>이고 우리 원불교에서는 열반 전후에 후생길 인도하는 법설이다.

 속리산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나는 죽어서 겪는 고통과 두려움만이 환상일까 생각했다. 결국 새벽은 오고 숲은 환해졌다. 밤의 숲과 아침의 숲은 얼마나 다른가. 그 산속에 더 이상 위협적인 괴물은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다. 지난밤의 모든 고통과 두려움은 전적으로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왜 이것을 아침에 되어서야 깨닫게 될까. 왜 그 고통 속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할까. 미망에 의한 환상은 진짜가 아닌 고통과 두려움에 헤매는 것은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중생이 겪어야 할 어쩔 수 없는 업인가.

 그나마 살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까닭은, 까만 숲 속에서 동트는 새벽을 맞든 성현의 말씀과 스승의 지도를 얻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진짜가 아닌 것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의 고통과 두려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매한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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