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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7 주저하는 11척의 배

작성자 :
정선희
등록일 :
2015-04-16 09:05
조회수 :
1,191

문화칼럼

주저하는 11척의 배

영화 명량을 보고

정선희 (홍보분과장)

 

 공교롭게도 나는 이 영화가 한국 영화 최다관객 동원기록을 돌파하는 날 보게 되었다. 그 날은 방한한 프란체스코 교황이 광화문에서 시복식을 집전한 날이기도 했다. 1400만명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굳이 새로울 것 없는 이순신의 명량해전 이야기를 영화로 봤고, 천주교 행사인 시복식은 당일 광화문에 있었던 약 20만명의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함께 했다. 이순신 장군과 프란체스코 교황을 보며 나는 무수한 공동자 중에서도 과연 어떤 공도자가 진짜 숭배를 받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나에게 더 큰 고민을 남긴 것은 이순신이라는 완벽한 지도자에 대한 그리움보다 그렇게 완벽한 지도자를 모시고 있던 부하들의 태도였다. 이순신은 부하들의 두려움과 패배감을 없애기 위해 자신이 희생할 각오를 하고 용맹하게 전투에 앞장선다. 그 용맹함과 멸사봉공 정신은 영화적 기법으로 극대화 되었다고 해도 이미 역사가 기록하고 있으니 거짓이나 과장은 아니다. 사실 그 정도로 리더가 앞장서면 좀 웬만하면 부하들도 변화하고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두려워하고, 회의하고, 주저하는 11척의 배는 물러설 곳이 없어 억지로 전장에 따라 나오기는 했지만 기꺼이 이순신을 뒤따르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 전투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꼭 이겨야 하고, 저기서 홀로 싸우는 장군이 위대하고, 저 장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은 차마 마지막 한 결심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주저하고, 또 주저한다.

 그게 사람이고, 그게 중생이고, 그게 우리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보살피고 정의를 위해 살자는 교황의 말씀을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 건가? 우리는 그저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저 광화문 광장에서 유민이 아빠가 목숨을 걸고 진실을 위해 단식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그저 주저하고 있다. 혹자는 지도자의 부재를 한탄하기도 한다. 여당의 정치적 들러리 노릇만 하는 야당의 무능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옛날 이순신이라는 성웅을 가졌던 11척의 배도 주저했다. 400여년 전 명량에서 주저했던 이들과 현재 주저하고 있는 우리는 같다. 우리는 중생이고 우리는 보통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 보통 사람들이 주저함을 떨치고 일어나 전장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리 이순신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이길 수가 없다. 이순신의 부하들은 끝내 결심을 하고 움직이기는 했다. 그리하여 이순신은 승리했다.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 인가. 4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은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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